지난해 회계부정 과징금에 인적분할·합병 논란까지 불거져
올해 주총서 정연인 대표 재선임 추진…책임지는 자 안 보여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주주들이 선출한 경영진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주주들은 이사회의 결정 하나하나에 엄격히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며, 그릇된 판단으로 회사를 구설수에 오르게 하거나 위기에 빠뜨린 경영진은 회사 안팎의 내부통제-견제 시스템을 통해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의 주주총회는 주주들이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준엄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심판대다. 때문에 혹자들은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듯, 주총을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주주들의 심판대이자, 자본주의의 꽃인 주총 무대에 오르게 된 한 책임 있는 경영인이 있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구 두산중공업)는 오는 31일 경기 성남 분당구 소재 분당두산타워에서 열릴 2025년도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 정영인 재선임의 건' 등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다. 정연인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 COO(최고운영책임자) 부회장은 2019년 3월부터 6년간 대표이사를 맡은 인물로, 특히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조기 졸업하는 과정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올해 주총을 통해 또다시 연임에 도전하는 것이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 이사회 측은 "정 후보자는 약 34년간 두산에서 재직하며 회사의 성장 역사를 함께햇다. 특히 2019년부터는 COO로서 회사의 사업운영 안정화 및 재무건전성 강화 작업을 총괄하며 재도약 기반 마련에 기여했다"며 "그의 사업적 감각과 검증된 조직 관리, 리더십 역량 등을 종합 고려할 때 사내이사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되기에 그를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자 한다"고 추천 배경을 제시했다.

이 같은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의 설명은 분명 사실이다. 정 부회장은 회사에 큰 공헌을 한 자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최근 자본시장을 크게 뒤흔든 책임이 있는 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는 자회사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옮기는 분할·합병을 추진했다.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이었다. 이내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 주주들은 알짜 회사인 두산밥캣을 떼어내는 것에 반대했고, 두산밥캣 주주들은 만성적자 상태인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교환받는 것에 반대했다. 두산그룹 오너일가가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주주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정재계 곳곳에서 제기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결국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는 두산밥캣 분할·합병을 철회해야 했다. 표면적인 철회 이유는 12·3 계엄 사태에 따른 주가 하락이었지만, 주요 투자자와 정치권 압박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앞서선 분식회계 의혹에도 휩싸인 바 있다. 같은 해 3월 금융위원회는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에 중과실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에 역대 최대 과징금 161억4150만 원을 부과했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는 2016년 인도에서 수주한 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손실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혐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21년부터 3년간 감리를 받았다. 금감원은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가 의도적으로 분식회계를 통해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봤으나, 고의가 아니라는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대표이사인 정 부회장은 책임이 있는 자로서 증권선물위원회의 검찰 통보를 받았다.

현재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는 정연인 부회장을 비롯해 박상현 CFO(최고재무책임자) 사장, 그리고 두산그룹 오너일가인 박지원 회장 등 3인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일련의 사태들에 대한 책임이 정 부회장에게만 오롯이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세 사람은 지난해 개최된 이사회에서 두산밥캣 분할·합병 의안에 대해 모두 찬상표를 던진 바 있다. 아울러 어쩌면 오너 경영인인 박지원 회장의 책임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어쨌든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COO 자리에 있다.

정 부회장의 재선임 안건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의 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현저하게 줄었고, 정치권의 시선은 헌재와 조기 대선으로 향해 있어서다. 그럼에도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와 정 부회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피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자사주 매입만으론 부족하다.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의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 소수주주 연대는 지난 12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 서류를 공시하고 "이번 정기 주총에선 별도로 의결권 행사 방향에 관해 자문이나 권유를 하진 않는다"면서도 "주주들의 참여가 활발해진 주총이 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지금은 행동에 들어갈 계획은 없지만, 경영진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또다시 내린다면 언제든 결집에 나설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장처럼 읽힌다.

또한 의결권 자문사인 CGCG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연인 부회장은 대표이사로서 일반주주에 불리한 분할 및 합병을 추진한 책임이 있다. 이사회에 참석해 분할합병 계약 체결을 승인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이사회 결의에 찬성했다. 또한 회사는 해외 공사 손실을 누락하는 등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며 "지배주주-일반주주간 이해상충이 우려되는 합병과 분식회계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정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부회장 등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 경영진은 올해 주총에 참석해서 주주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새로운 각오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좋은 예다. 국민연금공단은 삼성전자가 올해 주총에서 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려고 하자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라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자 전 부회장은 주총에 직접 나와 "지난해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기술 리더십 문제에 따른 주가 부진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며 거듭 사과한 바 있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빌리티와 정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실천하는 기업과 경영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수많은 주주들이 이번 주총을 지켜볼 것이다. [뉴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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